Web3 게임은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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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2025-05-12

말 그대로, Web3 게임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야 어쨌든 이 시장에 들어왔고, 또 게임이라는 취미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Web3 게임에 필연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금세 실망하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왜 Web3 게임에 흥미를 잃었는지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보려 한다.
Web3 게임 또는 P2E 게임은 무엇일까?

Web3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한 형태로,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NFT 등으로 만들어 플레이어가 디지털 자산을 실제로 소유하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Play-to-Earn(P2E)은 이런 Web3 게임의 특성을 이용해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개념의 게임 모델이다.
이 Web3 게임이 생긴 배경에는 Web2 게임의 중앙화된 운영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내가 구매하고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 게임 아이템이 사실 소유가 아니라 대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렇기에 게임 자산에 대한 개발사의 통제나 서비스 종료 시 아이템이 사라져도 어찌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반대로 Web3 게임은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플레이어가 블록체인 위에 기록하고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 자산을 소유하고 내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다는 소유권, 또 다른 게임에서 해당 자산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상호운용성, 그리고 커뮤니티 주도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발전시킨다는 가치를 가진 것이 Web3 게임의 핵심이다.

그래서 Web3 잘되고 있어?
그러나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최소한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A 게임의 아이템을 B 게임에서 사용한다는 상호운용성은 특히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아이템 NFT를 보유하건 말건 게임 본체가 서비스를 종료하면 NFT의 가치도 제로에 수렴하지 않을까?
이런 기술적 발전과 가치는 의미가 퇴색되었고, Web3 게임 시장에 들어오는 참여자들은 이런 숭고한 이유로 들어오지 않는다.

“이게 돈이 되나? 얼마나 벌리는데? ROI가 어떻게 되는데?”
수익이 되면 게임이 재미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Web3 게이머들은 애초에 Web2 게이머들과 시선과 목적이 다르다. 그들은 돈을 생각하고 참여한다.

2021년도에 Axie Infinity라는 게임이 있었다. 몬스터 ‘Axie’를 모아 배틀하는 RPG 엑시인피니티는 어떻게 봐도 재미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남아 지역 플레이어들은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한 DAU는 불과 몇 달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고, 결국 Axie Infinity는 P2E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 되었다.

$SLP
그 이전에도 CryptoKitties나 Decentraland 등 P2E 게임이 존재했겠지만, Axie Infinity를 시작으로 많은 P2E 게임과 시장 참여자들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Axie Infinity를 포함한 대부분의 P2E 게임과 그 토큰은 멸망에 가까운 상태다.
Web3 게임은 망했다.
정확히는 Web3 게임은 결국 망한다. 왜 Web3은 망하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토크노믹스의 지속 가능성에 있다.

Stepn Tokenomics
일반적으로 Web3 게임의 토크노믹스는 플레이어가 게임 활동을 통해 토큰을 보상으로 받는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보상 메커니즘은 새로운 토큰을 지속적으로 발행하게 되어 토큰 공급량이 갈수록 증가하게 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공급량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토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규 유저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토큰을 구매해 게임 내 생태계에서 순환시키는 구조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토큰을 게임 생태계에 사용하지 않고 단기적인 수익을 지향한 채 현금화를 반복하고, 토큰이 가치를 유지하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지면 게임을 이탈한다.

과잉정당화 효과라는 말이 있다. 외적인 보상이 생기면 내적인 욕구가 줄어든다는 말인데, P2E 게임에 빗대어 말하면 돈(외적인 보상)이 주된 동기가 되면 재미(내적인 욕구)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P2E의 토크노믹스 붕괴는 곧 유저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Web2 게임의 경우를 생각하면 게임의 재화 가치가 하락한다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이탈할 정도의 문제가 되진 않는다. 아무리 수익을 노리고 들어온 유저들이라고 해도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게 게임..? Gas Hero
내 시선에선 Web3 게임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Web3 게임은 재미라는 게임의 본질을 버리고 수익성 위주의 설계만이 있다.
대기업의 게임 퀄리티는 바라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P2E 게임들은 왠만한 인디게임은커녕 그냥 게임의 탈을 쓴 무언가 언저리만 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솔직히 Web2 게임 시장에 나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만한 퀄리티가 Web3 게임들이다.

구 Stella Fantast, 현 Abyssdia
게임 퀄리티에 신경 쓰지 않는 건 개발자뿐만이 아니다. ‘그나마 괜찮은데?’ 싶었던 퀄리티를 보여주었던 게임은 수익성이 없거나 기대에 못 미쳐 사라져버렸다. 돈이 안 되니 Web3 게이머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거면 왜 게임이 필요한 걸까? 에어드랍 프로젝트와 실상은 전혀 다르지 않은, 게임의 탈을 썼을 뿐인 불쌍한 데이터 덩어리들은 도대체 누구한테 인정받으면 되는 걸까?
어쩌면 이 엑시인피니티가 Web3 게임판을 좀 망친 게 아닐까? 처음부터 돈이 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순수하고 완성도 높은 게임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뭐, 애초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듯 이 시장에 Earn을 보고 들어오지, Play하는 재미를 보고 들어오는 사람은 없을 거다. P2E는 게임의 발전형이 아닌, 그냥 게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토큰을 팔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이겠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새로운 방향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Play-to-Earn이 아니라 Play-and-Earn으로, 게임의 재미를 우선하고 수익은 부가적인 요소로 삼겠다는 기획들이 등장했다. 또한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게임 내 재화 수급을 조절하고 NFT의 유틸리티를 확대하는 등 토크노믹스 개편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대한다
그러나 결국 재미를 추구하지 않고 토크노믹스만 개선해서는 Web3를 부흥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면 좋겠지만, 시스템만으로는 언제나 이상일 뿐이다. 어차피 토크노믹스로 유저 환원이니 수익이니 해봐야 결국 개발사들도 본인들이 벌 수 있으니까 하는 일이다.

주제와는 별개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는 기대를 걸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기존 Web2 시장에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운영되어 왔으며, 많은 콘텐츠를 가진 게임 IP이다. 동시에 아이템의 희소성으로 인해 유저 간 P2P 거래가 활발하고, 이로 인해 수익만 보고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있으니 이만큼 Web3에 제격인 게임이 어디 있으랴.
기존의 형편없던 게임들처럼 콘텐츠가 모자라지 않을 것이고, 게임의 완성도가 낮지도 않을 것이다. 많은 개발 인력과 게임의 방향성을 이끄는 노련한 리더도 존재할 테니 기존의 Web3 게임들과는 다를 것이다.
어쩌면 이론적으로 말했던 NFT의 상호운용성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메이플N이 성공하고 나면 넥슨의 타 게임도 블록체인 상에 온보딩되고, 메이플N의 아이템을 마비노기나 바람의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런 이상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넥슨이 이 시장에 들어오고자 하는 이유가 약간은 불안하다. 이미 돈을 잘 버는 넥슨이 기존의 ‘쌀먹’ 생태계 나아가 기존 게임 생태계를 망칠지도 모르는 변수를 왜 만들려고 하는 걸까?
부정적으로 보자면, 넥슨이 뭐, 기술적인 혁신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기존 ‘쌀먹’을 공식화해 거래 수수료를 남들에게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이템매니아 같은 거래 사이트 수수료를 본인이 관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맺음말

Web3 게임이 지속 가능하려면 재미있는 게임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길게 풀어썼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나름대로 게임을 좋아하고, 또 진심으로 재미있는 Web3 게임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게임이 본질적인 재미를 최우선으로 하고,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경제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하게 될 때, 플레이어는 단순히 보상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게임을 즐기게 될 것이다. Web3 게임의 미래는 단순히 플레이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재미있기 때문에 플레이하고, 그렇기에 돈을 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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